KakaoTalk_20240127_163443769_02.jpg
KakaoTalk_20240127_163341908.jpg
KakaoTalk_20240127_163225367_02.jpg
정혜련

 전시 되어져 있는 작품들 모두 한지에 한국화 채색물감을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작품 제목에 있는 HDH는, 'HAPPY', 'DREAM', 'HEALTHY' 의 앞 영문자 를 따온 것으로, 'BE HAPPY! HAVE A DREAM! STAY HEALTHY!', '행복합시다! 꿈을 가집시다! 건강합시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작품 속 등장하는 판다곰 ‘몽다(夢다)’는 제가 가장 사랑스러워하는 동 물로, 행복을 전달하는 배달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수호천사이다. 핑크색은 사랑스런 ‘핑쿠몽다’, 주황색은 긍정적이고 건강한 ‘비 타몽다’, 초록색은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초록몽다’, (정나라 인이 사냥감으로 잡은 사슴을 땔감으로 덮어 감췄지만, 너무 기뻤던 나머지 그 장소를 잊어버린 까닭에 다시 찾지 못하고 ‘꿈이었구나.’하 고 체념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인 초록몽다(蕉鹿夢다)와 동음이의 어이다. 물아일체를 뜻하는 호접지몽과 유사한 의미가 있어, 잘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며 이것이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교 훈을 주고 있다.) 하늘색은 맑고 순수한 ‘아가몽다’, 무지개색은 다 양성에 대해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베리(vary)몽다’ 를 뜻하는 이름 을 가지고 있다. -모든 몽다들은 수줍음이 조금씩 있다. 얼굴을 빼꼼히 드러내는 몽다들의 모습들이 보이는 까닭이다. - 가장 좋아하는 애니매이션이 ‘이웃집 토토로’인데, 영화 속 등장 하는 토토로의 존재처럼, 나에게도 토토로와 같은 수호신이 있었으면 했고, 수호신은 항상 내 곁에서 함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사랑스러워하고 좋아하는 동물인 판다곰을 택하게 되었다. -작품 속 무지개색으로 표현된 것들에는 ‘다름’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고진감래/새옹지마‘ 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지개빛깔처럼 다양 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고유성에 대해 서로에 대한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비가 온 뒤 맑게 게인 하늘에서 보여지는 무지개 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항상 어렵고 힘든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좋은 날로 이어지니, 낙담하지 말고 ‘꿈’과 ‘희망’ 을 가지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온실

‘온실’의 영문명인 conservatory 는 귀한 식물을 가꾸는 유리 건물을 지칭함과 동시에 예술 인재들을 양성하고 배출하는 교육 기관의 뜻을 가진다. 시각예술작가로 활동하기 전부터, 10 여 년간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투명한 세계관을 키워왔던 작가의 활동명 ‘온실’에 끄덕여지는 이유이다. 작가에게 온실이란 자신의 식물 작업실임과 동시에 끝없는 창작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세계의 정원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연구하고 지금에 시사하는 바를 해석하여 작품에 녹여내는 작가는 무엇보다 ‘투명함’에 집중한다. 온실 안에서도 유리창 밖의 자연이 배경으로 누려지고 밖에서는 온실 속 꽃들의 색에 시선을 뺏기기도 하는 것처럼, 정원의 역사는 변형된 모습으로 현재에 녹여지며, 현재는 역사를 기억하고 차용한다고 본다.
이러한 통찰은 작품의 화면상으로도 그대로 이끌어 내진다. 작가는 서로를 가리지 않고, 반대로 완전히 물러서 숨지도 않으며, 함께 있을 때 오히려 그 의미가 더 또렷해지는 공존의 세계를 그려낸다. 투명하고 섬세한 소재인 실크가 캔버스의 자리를 대신하거나 캔버스 그림 위로 실크를 자리하게 하는 것은 이런 메시지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적 도구이다. ‘투명함’이라는 전제 아래 이루어진 일관적인 선택들이 첩첩이 쌓였을 때에야 감도 되는 진정성은 작품 앞에서 머무르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고 믿는다. 또한 직접 써 내려가는 긴 작업 기록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여겨, SNS 에 활발히 작업 과정과 사유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마치 함께 비단을 물 들이고 자수를 놓는 듯한 생생한 영상물을 통해, 많은 감상자들의 심연에 있을 그만의 예술적 씨앗을 틔우게 돕는 것은 온실 작품의 지향점(conservatory 의 역할)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지숙

매일 새롭게 응시하고 자신을 발견하는 대상은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이다. 작가의 어느 하루를 그대로 이미지로 떠낸 듯 이지숙의 정물도에는 책, 문방구류, 과일이 담긴 그릇, 꽃이 담긴 화병, 차, 자개, 장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기물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구성과 차분한 색조, 핍진(逼眞)한 묘사가 매력적이다.
이지숙은 자신이 매일 보고 사용하며 어루만지는 것들을 단순히 보고 애정 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응시를 흙을 주무르고 깎고 새기고 나아가 세필을 쥐고 그리는 지난한 과정으로 시각화한다. 작가의 물건은 대부분 자신의 엄마에게 물려받았거나 자신이 사용해온 소소한 사물들로 시간 속에서 독특한 고유의 언어와 온도, 역사를 지니게 된 물건들이다. 모든 사물들의 태생은 다수를 위한 혹은 타인의 것이었다가 어느 날 어느 인연으로 나의 삶으로 불현듯 들어와 나의 것으로 명명되고 각인된 것들이다. 이처럼 한 사람의 삶과 오랫동안 동행한 사물들에는 새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함과 특별함이 있다. 물건이 곧 주인장의 성격이고 취향이며 살아온 인생이다. 이것은 단순한 객관적 사물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 속에서 한 사람의 애정과 삶의 방식 그리고 추억을 덧입은 것들이기에 충분히 물건 주인의 실체와 면모를 가늠하게 해주는 물질적 기표로 기능할 수 있다.